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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피 과록 https://youtu.be/dxLPnxVwtV8 5개월만인가요. 흠. 어설픈 안부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죠. 어차피 당신은 잘 지냈을 거고, 난 그동안 개고생을 했으니까.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당신이 죽었을 리도 없죠. 그리고 내가 아는 한 5개월 내 미국에서의 테러 범죄는 없었으니 당신은 멀쩡히 살아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당신이 부탁한 일이 끝났어요. 신으로서 전설로 전해지는 생물의 이야기를 조사해보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많은 부분이 유실되고, 많은 부분이 흩어졌습니다. 인간이었다면 찾아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타피, 당신은 내게 큰 빚을 졌다는 겁니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당신의 탄생에 대한 것부터 해볼까요. 그 당시 당신의 출생지에는 인간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뱀이 있..
서울 어딘가 https://youtu.be/8SFo7A8sD04 비닐봉지 두 개를 들고 계단을 비스듬히 올랐다. 한 사람이 겨우 걸을 법한 폭의 계단은 짐을 들고 있으면 벌어진 손의 넓이도 도저히 걸어갈 수 없는 길이 되었다. 한 발씩 걸어 오르니 이미 높은 계단이 더욱 높게 느껴졌다. 윤은 계단의 삼 분의 이 정도 오른 곳에 서서 숨을 골랐다. 체육관과 동아리를 그만둔 후 체력이 떨어진 것이 여실하게 느껴졌다. 러닝 정도는 해야겠다. 윤은 뻐근해진 두 어깨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근육을 풀어준 뒤 다시 손에 봉지 손잡이를 걸었다. 90도로 꺾어진 계단을 따라 마지막 토막을 걸어 오르는 동안 해가 절반쯤 가라앉은 도시의 경관이 보였다. 일정 범위 내로는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대로를 건너서는 빼곡하게 높아 바라보기조차 ..
콘스탄틴, 방랑자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마카이라는 담배의 브랜드를 몰랐다. 니코틴을 입에 달고 산 지가 벌써 몇 년째지만 그는 보통 쓴 것과 단 것으로만 담배를 구분했다. 어차피 매캐하게 폐를 채우는 감각은 어떤 브랜드이건 똑같았다. 이번 것은 향이 조금 쓰다. 깊게 빨아들였다가 입술을 떼고 바닥을 향해 천천히 공기를 밀었다. 잿빛의 담배 연기가 브루클린의 더러운 길거리 위로 흩어졌다. 젊은 흑인 무리가 맥주병을 들고 눈앞을 지나쳤다. 가장 어려 보이는 것과 눈이 마주쳤지만 찰나뿐이었다. 패싸움과 술주정이 일상인 브라운스빌에선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았다. 미카엘. 빛이 새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열린 문틈 사이로 금빛 눈이 번뜩였다. 다시 한번 푸우, 길게 숨을 뱉고 담배를 길거리 위로 뱉었다. 그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