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로그 (2) 썸네일형 리스트형 . 내가 아니었어도.강유은은 그 말을 되뇐다. 숨을 크게 들이키는데 몸 안쪽이 후끈하다. 분노로 인한 열이 아릿하게 척추를 타고 퍼진다. 몸이 굳고 뇌가 멈추는 감각. 의심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이다. 나 때문에 떠나는 건 아니라는 말, 그러니까, 당신은 이미 다른 곳에 영혼을 두고 있었다. 그는 하, 소리를 내며 억지로 웃는다. 미간을 찌푸려서 웃는다기보단 우는 것 같다.쓰레기 같은 새끼. 넌······ 맞아. 항상 이랬지, 신수빈. 항상 이랬어. 말만 곁에 있겠다, 그렇게 말해서 사람을 잡아놓고, 결국은······.차마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 유은은 눈을 감는다. 찬 빗방울을 맞았을 때처럼 어깨가 바르르 떨린다. 화가 나서 주먹이라도 마구 휘두를 수 있었다면 좋았을까. 그러나.. . 처음부터 그랬지만, 당신에게는 먹잇감 이상의 경계가 있었다. 한 번 뱀에게 물린 노루가 낙엽 속을 두려워할 때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야 할까. 당신이 표적이 되는 것에 예민하듯 포식자인 그 또한 ‘선별’하는 감각에 예민했다. 처음부터 저에게 내보이던 경계심을 모를 수가 없지. 다만 조금 슬픈 건 여기가 연회지라서. 이곳에서까지 경계를 풀지 못하는 걸까, 싶은 마음은 있었다.명예, 서라벌, 유착······. 그딴 건 뱀은 모른다. 인간들이 아니라 나무들 사이에 끼어 살아왔으니. 자신의 얽매는 것이라면 몸을 부풀려 끊어내면 되었다. 그러나 당신은······. 천 안에 숨겨진 얼굴이 쓰게 변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느껴지는 건 있었다. 필히 매와 오소리 사이에 끼인 뱀 같은 마음이었던 거겠지. 홀로 살아온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