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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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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riEsQU_Xcg?si=7c4TvAHgUxqwImno

분위기 잡기용 브금

 

 

겨울날 빌딩이 높은 곳에서는 산의 겨울과 비슷한 소리가 났다. 사현은 가끔 자신이 아는 것과 비슷한 소리 때문에 발걸음을 멈춰야 했는데, 그것은 대개 새의 처절한 지저귐을 닮은 바람 소리, 짝을 찾는 고라니의 울음 같은 차의 경적, 그리고 왕성한 생의 욕구가 담긴 소음들이었다. 무채색한 도시가 숲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 살아가고자 하는 것들이 목숨 걸고 투쟁하는 곳이라서, 사현은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무엇이 사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도시는 인간의 숲, 산은 짐승의 도시였다.

숲에서 쫓겨난 지는 백여 년이 넘었다. 도망치듯 달아나온 숲은 더 이상 짐승만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화승총과 단단히 벼린 쇠 올무를 들고 왔을 때 사현은 조용히 몸을 숨겼다. 그는 오랜 시간 인간을 지켜봐 왔다. 뱀은 작은 것을 삼키며 살 듯 인간은 정복하며 사는 생물이었다. 그들은 땅을, 짐승을, 끝에는 동족과 스스로까지 길들였다. 그러니 산도 금세 그들의 입맛대로 길들겠지. 인간은 너무 빠르게 산을 바꿔놓아서 사현 그 자신이 몇백 년을 가꿔 온 둥지를 낯가려야 했다. 결국 뱀은 산을 떠나 인간의 마을로 내려왔다. 아직은 제 모습을 변명할 거리가 없어 눈을 감고 머리카락에 숯 검댕을 칠하며 도망 다녔다. 그 삶을 백 년 정도 살고 나니 앞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는 삶에 큰 욕망이 없었다. 세 나라의 수명 정도 살았다면 너무나 오래 산 것이지. 그러나 마땅히 죽어야 할 이유도 없기에 사현은 아직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는 사현에게는 산도 도시도 매한가지로 시끄러울 뿐이었다. 둘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산과 도시 모두 그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전부터 길고 흰 머리칼과 이상하리만치 큰 키, 투명하게 빛나는 눈은 쉽게 관심과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비이성부터 설명해야 했으므로, 사현은 타인을 떠나 홀로 남는 길을 택했다. 그러니 지금은 참으로 좋은 시대지. 눈도 머리칼도 기술의 편의로 만든 것이라 변명하면 되니까. 각자의 길이 바쁘고 시간이 없어 아무리 특별한 사람이더라도 흘끗, 눈길을 던지고 마는 상황은 홀로 사는 뱀에게 있어 가장 좋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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